삶을 묻는 5권의 그림책

어른에게도 필요한 작은 철학

살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이 질문은 거창한 순간에만 찾아오지 않습니다.
청소를 하다가, 출근길 차 안에서, 혹은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다가도 불쑥 떠오르지요.

신기하게도 이런 질문에 가장 부드럽게 답해 주는 책은 종종 그림책입니다.
짧은 문장과 단순한 그림 속에서 우리는 오히려 더 깊은 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오늘 소개하는 다섯 권의 그림책은
삶에 대한 다섯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삶을 묻는 철학 그림책 5권을 소개합니다.

  • 우리는 왜 계속 달리는 걸까
  •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은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까
  • 나만의 길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 삶은 왜 비워졌다가 다시 채워질까
  •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아이를 위한 그림책이지만, 어쩌면
지금의 우리에게 더 필요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1. 우리 아빠는 러너 – 도전과 인생

부이 프엉 탐
그림 지트 즈동
출판사 달리

삶은 종종 달리기에 비유됩니다.
하지만 이 그림책이 말하는 달리기는 속도가 아니라 지속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빠는 기록을 세우기 위해 달리지 않습니다.
그저 끝까지 완주하기 위해 달립니다.

처음에는 집 주변의 익숙한 길을 달립니다.
하지만 점점 자신감이 붙자 산과 숲, 개울과 넓은 들판까지 세상은 넓어집니다.

넘어지기도 하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기도 하지만
아빠는 멈추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달리고 있는 이 길이 삶 그 자체라는 것을요.

그리고 이 책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달리기의 에 있습니다.

아빠가 도착하는 곳은
화려한 결승선이 아니라 입니다.

아이와 아내가 기다리고 있는 집.

아빠는 러닝화를 벗고
따뜻한 햇살이 드는 거실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다시 힘을 얻습니다.

삶의 목적은 어쩌면
거대한 성공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2. 다 숨겨버릴 거야 – 균형에 관한 그림책

글·그림 임연옥
출판사 아스터로이드북

아이들의 가방은 생각보다 무겁습니다.

숙제
학원
방과 후 수업

그리고 그 가방 속에는 해야 할 일이 가득합니다.

주인공 오늘이는 어느 날 선언합니다.

“다 숨겨버릴 거야!”

숙제도, 할 일도 모두 숨겨버립니다.
잠깐은 정말 자유롭습니다.

하지만 곧 문제가 생깁니다.

숙제는 쌓이고
성적은 엉망이 되고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집니다.

이때 친구 어제가 한 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시소게임입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시소 위에 올려 균형을 맞추는 게임입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시소처럼 올려놓고
수평을 맞춰 보자.”

이 단순한 게임은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알려 줍니다.

삶은 완벽한 균형이 아니라
계속 맞춰 가는 균형이라는 것.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지금 나의 하루는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을까?


3. 생쥐 동그라미의 여행 – 삶의 질문

김율희
그림 슬로우어스
출판사 고래뱃속

작은 생쥐 동그라미는 여행을 떠납니다.

그리고 길 위에서 계속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혹시 아시나요?
세상을 둥글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동그라미는
소나무에게 묻고
다람쥐에게 묻고
개미에게 묻고
별꽃과 바람에게도 묻습니다.

하지만 어떤 답도 완전히 마음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때 들은 말이 있습니다.

“얘야, 고민을 너무 무서워하지 말거라.
그것 역시 너를 키워 주는 좋은 햇볕이란다.”

그리고 강물 할머니는 또 말합니다.

“진짜 속마음은
그때그때 네가 둥글게 사는 길을
가르쳐 줄 거야.”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정답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동그라미처럼
우리의 삶도 원처럼 이어집니다.

질문은 끝나지 않고
답도 계속 변합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질문 자체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니까요.


4. 채운다는 것 – 정체성과 삶

글·그림 다다 아야노
출판사 파스텔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찻잔입니다.

젊은 시절 잔은 믿고 있었습니다.

“나는 홍차를 담는 찻잔이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잔은 깨지고 닳습니다.
더 이상 홍차를 담을 수 없게 됩니다.

그 순간 잔은 깊은 슬픔에 빠집니다.

나는 이제 쓸모없는 존재일까?

하지만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잔은 토끼의 침대가 되고
아기 오리들의 보호소가 되고
개구리들의 목욕탕이 됩니다.

그리고 나비들의 카페가 되기도 합니다.

잔은 깨닫습니다.

자신이 홍차만 담는 존재가 아니라
세상의 수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 존재였다는 것을요.

삶이 무너질 때
우리는 종종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그림책은 말합니다.

비워진 공간이 있어야
새로운 삶이 들어올 수 있다고.


5. 펭귄 세 마리 – 나만의 길

글·그림 석철원
출판사 반달

세 마리 펭귄이 달리기를 시작합니다.

같은 출발선에서
같은 속도로 달립니다.

하지만 곧 상황이 달라집니다.

첫 번째 펭귄은 넘어지고
두 번째 펭귄은 계속 달리고
세 번째 펭귄은 잠시 뒤돌아봅니다.

넘어진 펭귄은 다시 일어나 달립니다.
하지만 길은 쉽지 않습니다.

높은 다리
울퉁불퉁한 길
미로 같은 갈림길

결국 길을 잃고 지쳐 버립니다.

그때 구멍에 빠진 펭귄을 발견합니다.
그는 잠시 멈춰 그 펭귄을 도와줍니다.

그리고 다시 달립니다.

이 책은 말합니다.

삶은 경쟁이 아니라
각자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삶은 생각보다 그림책에 가깝습니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이건 아이보다 내가 더 읽어야 하는 책인데?”

오늘 소개한 다섯 권의 그림책도 그렇습니다.

  • 끝까지 달리는 아빠
  • 균형을 찾는 하루
  • 질문을 안고 떠나는 여행
  • 비워야 채워지는 잔
  • 나만의 길을 찾는 펭귄

이 이야기들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나요?”

그리고 그림책은 정답을 말해 주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합니다.

“천천히 생각해도 괜찮아.”

왜냐하면 우리의 삶이라는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요.

“삶을 묻는 5권의 그림책”에 대한 1개의 생각

  1. 우리아빠는 리더 표지만 보고 펼쳐보지 못한게 아쉽네요 꼭 읽어보고 싶네요
    나이가 들수록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생각해야 하는데 그냥 버티며 살고 있는것 같아요 그 만큼 여유가 없는건지 내가 지친건지 그래도 분명한건 늘 감사하며 살고 싶다는 겁니다 내 남은 삶이 얼마인지 알 수 없음에 더 열심히 부지런히 살아보려 합니다
    천천히 생각하며 책 읽어 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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