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옛이야기 그림책 7
옛이야기는 오래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시대를 건너온 이야기,
그리고 오늘을 사는 우리의 마음에 다시 말을 거는 이야기입니다.
달에 토끼가 산다는 믿음,
주먹만 한 아이가 세상을 여행한다는 상상,
여우 요괴와 인간의 사랑,
고집 센 부자가 결국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까지.
우리는 이미 이 이야기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감각으로 다시 만난 옛이야기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래동화와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되,
오늘의 질문과 감정, 시선을 담아 새롭게 태어난
옛이야기 그림책 7권을 소개합니다.
아이와 함께 읽어도 좋고,
어른 혼자 조용히 읽어도 오래 남는 책들입니다.
천천히, 한 권씩 만나 보세요.
달토끼의 후계자를 찾습니다
김도경 그림·글 / 길벗어린이

아주 옛날부터 달에서 별을 만들던 달토끼는
이제 나이가 들어 후계자를 찾기로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모집 공고를 붙여도 지원자는 없지요.
결국 달토끼는 직접 땅으로 내려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뜻밖의 지원자.
바로 거북이입니다.
“아무리 용써도 거북이는 달토끼가 될 수 없어!”
단호한 거절에도 거북이는 물러서지 않습니다.
달토끼를 따라 바닷가, 언덕, 숲을 함께 다니며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행동으로 보여 줍니다.
용궁으로 데려가려는 자라의 꿍꿍이를 막아내고,
개울에는 징검다리를 놓고,
호랑이의 위협 앞에서는 달토끼를 지켜 냅니다.
여정을 함께하며 달토끼는 깨닫게 됩니다.
후계자에게 필요한 건 종족이 아니라, 태도와 마음이라는 사실을요.

《달토끼의 후계자를 찾습니다》는
‘토끼와 거북이’라는 익숙한 옛이야기를 비틀어
편견을 넘어서는 용기와 꿈의 가능성을 보여 줍니다.
달토끼의 시대가 끝나고 달거북이의 시대가 시작되는 장면은 아이에게는 희망이, 어른에게는 깊은 여운이 됩니다.
돌아온 주먹이
이영경 그림·글 / 키다리

‘주먹만 한 아이’ 이야기는 오래도록 전해져 왔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주먹이》 속 주먹이는
기다리기만 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주먹이는 길 위에서 친구를 사귀고,
서로를 해치지 않도록 지혜를 발휘합니다.
작은 몸이지만, 마음과 선택은 누구보다 큽니다.

“주먹이의 귀환은 나눔과 상생의 여행으로 확장된다.”
노래처럼 등장하는 ‘먹지마송’, ‘집으로송’은
읽는 경험을 듣고 부르는 경험으로 넓혀 줍니다.
이 그림책은 옛이야기의 틀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따뜻하게 들려줍니다.
백설 공주
최영아 그림 / 이루리 글 / 이루리북스

이 그림책은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누가 가장 아름다울까요?”
이루리 작가는 서양의 백설 공주를
신라의 백설 공주로 다시 씁니다.
마법의 거울이 판단하는 아름다움은
과연 진짜일까요?

최영아 작가의 그림은
가장 한국적인 선과 색으로
가장 세계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이 책은 말합니다.
아름다움은 비교가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 속에 있다고.
비비새가 온다
김상균 그림·글 / 풀빛

비비새, 혹은 영노.
전통 가면극에서 나쁜 양반을 잡아먹던 요괴입니다.
《비비새가 온다》에서 비비새는
99명의 나쁜 사람을 잡아먹고
마지막 한 명을 신중하게 고릅니다.

그 인물은
날렵한 콧수염, 번쩍이는 양복, 중산모를 쓴
어딘가 낯익은 모습입니다.
이 그림책은 옛이야기를 빌려
권력과 탐욕, 부도덕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유머와 색채로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갑니다.
“옛사람들이 영노를 통해 응어리를 풀었듯,
우리는 비비새를 통해 지금의 답답함을 마주한다.”
여우 요괴
정진호 그림·글 / 킨더랜드(반달)

사람을 잡아먹는 여우 요괴와
도망치지 않는 김 생원의 이야기.
이 책에서 여우 요괴는 유혹하지 않습니다.
속이지도 않습니다.
대신 정직하게 말합니다.
“네 간을 먹겠다.”

그런데 김 생원은
그 눈을 피하지 않고 바라봅니다.
눈 맞춤은 관계의 시작이고,
그 관계는 결국 여우 요괴를 바꿉니다.
폭력과 혐오가 넘치는 세상에서
우리를 구원하는 건
결국 사랑이라는 사실을
이 그림책은 잔인하면서도 아름답게 보여 줍니다.
옹진골 옹고집
김유대 그림 / 이상교 글 / 국민서관

자기밖에 모르는 옹고집은
헛옹고집을 만나며 삶이 송두리째 뒤집힙니다.

진짜와 가짜를 가리지 못한 채
모든 것을 잃고 쫓겨난 뒤에야
그는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굶주림과 외로움 속에서
비로소 깨닫는 것들.
이 책은 말합니다.
사람다움은 혼자 누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데서 시작된다고.
이야기 가게
차영경 그림 / 자현 글 / 나무의 말

이야기를 주문할 수 있는 가게가 있다면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고르고 싶나요?
《이야기 가게》는
북 키오스크라는 현대적 장치를 통해
이야기의 본질을 보여 줍니다.

선택에 따라 갈래가 나뉘고,
다시 모이고, 또 흩어지는 이야기.
이 그림책은 자연스럽게 말합니다.
이야기는 언제나 열려 있고,
우리가 선택하는 순간 새로 시작된다고.
옛이야기가 다시 살아난 순간
옛이야기는 끝난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도 우리 곁에서
조용히 말을 걸어오는 이야기입니다.
오늘 소개한 옛이야기 그림책 7권은
아이에게는 세상을 이해하는 창이 되고,
어른에게는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이 됩니다.
책장을 덮은 뒤에도
이야기가 마음속에서 오래 머문다면,
그것이 바로
옛이야기가 다시 살아난 순간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