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골목을 감싸고, 창가에 흰 기척이 스르륵 스며드는 계절.
겨울이 오면 마음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하나의 서랍이 열립니다.
아이들은 눈을 기다리고, 어른들은 빛을 찾고, 이야기는 더욱 깊어집니다.
오늘은 겨울을 한 장면처럼 간직하게 해줄 그림책들을 소개합니다.
그림책 속에서 계절을 느끼고 싶은 분들께, 눈과 빛과 소리가 마음속에 천천히 내려앉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눈사람 만들기 공식
정승 글·그림 / 사계절

책 속 문장
“눈사람을 만들려면…”
— 끝말잇기처럼 이어지는 겨울의 조건들.
겨울이 와야 눈이 오고,
눈이 와야 굴릴 수 있고,
굴리고 굴려야 비로소 가장 사랑스러운 눈사람이 탄생합니다.
리뷰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단순하지만 정확한 세계의 구조’가 사랑스럽게 다가오는 그림책이었어요.
눈사람 하나를 만들기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마치 겨울의 순환을 설명하는 듯해,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마음이 말랑해졌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의 따뜻함이 오래 남아요. 아이와 함께 겨울의 인과 관계를 소곤소곤 이야기하기 좋은 책입니다.
겨울 호수의 노래
진 E. 펜지월 글 · 토드 스튜어트 그림 / 템북

책 속 장면
얼음 위에 발을 내딛는 순간—
슈욱——
스케이트의 소리와 함께 호수는 “노래하기” 시작합니다.
겨울 호수가 내는 깊고 묵직한 울림은
자연이 들려주는 가장 장엄한 겨울의 음악처럼 펼쳐집니다.
리뷰
이 책을 읽으면 ‘소리’가 그림으로 전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겨울 호수가 울리는 장면은 실제로 들어본 적 없어도, 머릿속에서 차갑고 투명한 떨림이 생생하게 그려져요.
서늘함과 아름다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책으로, 겨울을 감각적으로 느끼고 싶은 분께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눈 극장
아라이 료지 글·그림 / 피카 주니어

눈 덮인 산에서 우연히 발견한 환상적인 ‘눈 극장’.
반짝이는 색, 춤추는 선, 꿈처럼 퍼지는 이야기.
아라이 료지 특유의 몽환적인 세계가
겨울이라는 계절을 또 하나의 마법 같은 무대로 바꿔놓습니다.
리뷰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이건 현실일까, 꿈일까?’ 싶을 만큼 환상적인 이미지가 가득합니다.
추운 겨울의 고요 속에서 오히려 더 따뜻해지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했어요.
겨울에만 열리는 상상의 극장—이 표현이 딱 어울리는 책입니다.
겨울 빛
에렌 베커 글·그림 / 웅진주니어

난롯불의 주황빛,
알전구의 작은 빛,
햇살에 반짝이는 눈밭.
겨울의 어둠을 밝혀주는 건
언제나 아주 작은 빛의 흔적들입니다.
감상평
말이 거의 없는 그림책이지만,
빛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층이 너무 아름다워서 페이지마다 오래 머물렀어요.
겨울의 차가움 속에서 발견하는 따뜻한 순간들—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되는 책입니다.
겨울 감성 가득한 ‘고요한 밤의 산책’ 같은 느낌이 있어요.
와, 눈이다!
김리라 글·그림 / 올리

“눈싸움해? 아니, 구슬아이스크림 만들어.”
눈을 굴리면 아이스크림,
색을 뿌리면 구슬아이스크림,
얼음을 쌓으면 팥빙수—
눈 오는 날의 상상이 이렇게까지 맛있어질 수 있다니!
리뷰
아이들의 발랄한 상상력에 절로 웃음이 나오는 책이에요.
동화를 읽는데 왜 이렇게 배고파지는지 모르겠습니다.
겨울의 차가움을 ‘맛있는 즐거움’으로 바꾸는 재치가 돋보여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더 즐거운 그림책입니다.
눈 내리는 날 방 안에서
안 에르보 글·그림 / 한울림어린이

“창밖에 눈이 펑펑 쏟아지고, 난로에서는 타닥타닥 소리가 나요.”
아침냥과 쌀톨이는
방 안에서 책을 읽고, 생각하고, 멈춰 쉬어갑니다.
겨울밤의 고요와 아늑함이 가득한 이야기.
리뷰
읽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속도가 느려졌어요.
밖에서 내리는 눈과 방 안의 온기가 대비되며
‘머무르는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책입니다.
어른 독자에게 더 깊이 울림이 있는 겨울 그림책이라고 느꼈어요.
겨울 이불
안녕달 글·그림 / 창비

부드럽고 따뜻한 겨울 판타지.
읽는 동안 마음이 아랫목처럼 지긋이 데워지는 이야기.
리뷰
안녕달 특유의 정서가 겨울의 시간과 정말 잘 어울립니다.
읽고 나면 마치 할머니 댁에서 낮잠을 잔 듯 포근해져요.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안정감을 주는 겨울 이불 같은 책입니다.
야, 눈 온다
이상교 글 · 김선진 그림 / 보림

간절히 기다린 눈이 내릴까 봐
아이들은 살금살금 걸어갑니다.
숲속 친구들과 함께 만드는 겨울 축제가
경쾌한 리듬으로 펼쳐지는 시 그림책.
리뷰
소리·속도·리듬이 그대로 느껴지는 책이에요.
특히 동물들과 어우러진 겨울 숲의 분위기가 너무 생생해 읽는 것만으로도 눈밭 위에 있는 기분이 듭니다.
자연 속 겨울을 좋아하는 분께 추천하고 싶어요.
눈이 내리면
유리 슐레비츠 글·그림 / 시공주니어

흐린 도시 위로
눈송이 하나가 나풀거리며 내립니다.
아이만이 그 눈을 보고 말하죠.
“눈이 많이 내릴 거야.”
그리고 정말 도시 전체가 설원으로 변합니다.
리뷰
‘기다림’과 ‘믿음’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겨울 그림책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어른들은 현실을 보고, 아이는 가능성을 봅니다.
겨울이 주는 설렘을 가장 순수하게 담아낸 명작입니다.
읽을 때마다 마음이 빛처럼 환해져요.
겨울은 결국 ‘느끼는 계절’
겨울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얼마나 천천히 걸을 수 있는지,
얼마나 가만히 바라볼 수 있는지,
얼마나 깊이 느낄 수 있는지를.
오늘 소개한 그림책들은
눈, 빛, 소리, 온기, 기다림으로
겨울의 모든 감각을 천천히 보여줍니다.
창밖에 눈이 내리지 않아도
책을 펼치는 순간, 우리는 이미 겨울의 한가운데에 서 있어요.
따스한 이야기와 함께
올겨울도 마음속 ‘첫눈’을 오래 간직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