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부산국제아동도서전 — 책과 아이들이 함께 펼친 ‘작은 항해’의 기억

2025년 12월, 마침내 기다리던 2025 부산국제아동도서전에 다녀왔습니다. 해운대 벡스코 제1전시장에는 도착과 동시에 다채로운 그림책 전시,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책이라는 매개로 세대와 문화가 이어지는 설렘으로 가득했어요.

올해 도서전은 ‘아이와 바다 — 작은 항해자, 큰 바다로!’ 라는 주제로 꾸려졌습니다. 전시장 곳곳에서 ‘책을 통한 상상력의 항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과 아이, 그리고 바다 같은 상상

올해 도서전은 24개국 160여 개 출판사와 국내외 저명 작가들이 참여하며 풍성한 국제적 스케일을 자랑했습니다. 또한 180여 개의 프로그램이 운영되어 어린이 관람객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 방문객의 참여도 활발했어요.

전시장에는 책 속 풍경과 실제 체험이 연결되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아이들은 ‘감정 표현형’, ‘체험형 그림책’ 부스에서 직접 그림도 그리고 색을 칠하며 한 권의 책을 완성해 보는 등, 책을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드는 즐거움까지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북토크: 닻을 올리고 항해를 떠나는 여정

이번 도서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 중 하나는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 관련 북토크였습니다. 진주작가와 이가희 작가가 함께 참여해 작품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리고 세계 아동문학계에서 어떤 반응을 얻었는지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느리면 어때요?
빠르면 어때요?
우리는 함께 기다리고
빨간 사과를 함께 먹을 거예요.

이 문장은 그림책 속 아이들의 다름과 관계를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주변을 살피는 아이도,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아이도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메시지가 깊은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사진작가 가희 작가의 시선은 그림책 전반에 사랑스럽게 담겨 있었는데, 시골 풍경, 오래된 가구, 갈라진 담장 등의 현실적 이미지들이 아이들의 성장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한국적인 요소들 — 자개장, 나무 벽, 할머니의 모습까지 — 오래된 것의 아름다움을 조용히 보여줍니다.

오랜 시간 아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온 가희 작가의 시선은 그림책 전반에 따뜻하게 녹아 있습니다. 현실의 풍경 속에 연출된 커다란 색종이의 단면은 자연의 색감과 아이들의 모습과 어우러져, 마치 한 편의 공연 같은 장면을 만들어냅니다.

성장하는 두 아이의 미소는 느림의 미학 속에서 더욱 반짝입니다.

햇님처럼 빨갛게,
보석처럼 빛나게.

부스와 체험 프로그램

도서전 곳곳에는 국내외 출판사 부스가 즐비했으며, 아이들과 가족들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다채로웠습니다. 아이들은 종이책을 직접 만들고 꾸미는 체험존에서 책과 더욱 친해지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김동성 작가 사인, 책에 남은 따뜻한 흔적

이번 도서전에서는 김동성 작가님의 사인을 직접 받을 수 있는 뜻깊은 시간도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그림책을 통해 깊은 여운을 전해온 작가님의 이름이 책 첫 장에 적히는 순간, 책은 더 이상 전시된 물건이 아니라 기억을 품은 개인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선 독자들의 표정에는 묘한 설렘이 공존했어요. 작가와 눈을 마주치고 짧은 인사를 나누는 그 찰나의 시간은, 도서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만남이었습니다. 책 속 그림 위에 더해진 사인은 오래도록 이 날의 기억을 불러올 작은 표식이 되어줄 것 같습니다.

책이 남긴 온기

국제 아동 도서전에서 만난 책과 이야기들은 마음을 천천히, 그러나 깊이 따뜻하게 덥혀주었습니다. 올해 도서전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책이 우리 삶을 어떻게 풍요롭게 하는지 다시금 느끼게 한 시간이었습니다.

내년에도 이 자리에서 또 다른 이야기, 또 다른 사인을, 또 다른 만남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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