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놀이로 마음과 관계를 그리는 그림책의 힘
아이의 마음을 가장 정확하게 비추는 언어는 어쩌면 ‘완성된 말’이 아니라, 말이 되기 직전의 감정일지도 모릅니다. 김지영 작가의 그림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자음과 모음, 표정과 색, 관계와 감정이 겹겹이 포개지며 아이의 내면을 투명하게 드러내지요. 이러한 요소들은 ‘김지영 그림책 감정 한글’이라는 주제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줍니다.
『내 마음 ㅅㅅㅎ』, 『내 친구 ㅇㅅㅎ』, 『내 보물 ㅎㅎㅎ』으로 이어지는 이 세 권의 그림책은 한글 글자 놀이 그림책이라는 형식을 넘어, 어린이의 성장과 관계, 마음의 확장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들입니다.
이 그림책들은 아이들에게 감정과 표현을 통해 한글에 대한 흥미를 유도하며, 이를 통해 심리적 성장을 지원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김지영 그림책 3권을 차분히 살펴보며, 각 작품이 어떻게 연결되고 확장되는지, 또 어떤 독서 경험을 선물하는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내 마음 ㅅㅅㅎ』
평범한 하루, 반짝이는 어린이의 마음을 그리다

『내 마음 ㅅㅅㅎ』은 김지영 작가의 세계를 여는 시작점과도 같은 그림책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이 시시해진 한 아이. 가장 좋아하던 아이스크림도, 장난감도 마음을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이는 묻습니다.
“내 마음에 무슨 짓을 한 거지?”

이 그림책의 가장 큰 특징은 감정을 ‘ㅅㅅㅎ’이라는 자음으로 시각화했다는 점입니다. 시시함, 심심함, 서운함처럼 마음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자음에서 출발해 얼굴 위에 포개지며 등장합니다. 글자는 단순한 텍스트가 아니라 아이의 표정이 되고, 표정은 다시 감정의 언어가 됩니다.

김지영 작가는 어린이 얼굴의 눈썹과 귀, 표정의 선에서 자음의 이미지를 발견하고 이를 이야기 구조로 발전시켰습니다. 덕분에 독자는 아이의 마음을 ‘읽는다’기보다 ‘마주하게’ 됩니다.
마음이란 원래 종잡을 수 없고, 특별한 이유 없이도 변하는 것임을 이 책은 조용히 알려 줍니다. 감정을 분석하거나 해결하려 들기보다, “그럴 수도 있어”라고 말해 주는 다정한 그림책입니다.

독서 활동 팁 | 내 마음 ㅅㅅㅎ
- 유아·초등 저학년: 오늘의 기분을 자음으로 표현해 보세요. 정답은 없습니다. 아이가 고른 글자를 존중해 주세요.
- 부모 질문: “이 얼굴은 어떤 마음 같아?” “이럴 때 너는 어떤 기분이었어?”
- 교실 활용: 감정 어휘 수업 전 도입 그림책으로 활용하면 효과적입니다.
2. 『내 친구 ㅇㅅㅎ』
관계의 시작에서 만나는 떨림과 용기

『내 친구 ㅇㅅㅎ』은 전작의 글자 놀이를 이어받되, 무대를 학교로 옮기며 관계 중심의 서사로 확장된 작품입니다. 이사를 반복하며 새 학교, 새 교실, 새 친구를 만나야 하는 아이의 이야기로 시작하지요.

“또야?”
이 한마디에는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전학은 어른에게도 큰 변화인데, 어린이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친구 관계가 곧 세계의 전부처럼 느껴지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ㅇㅅㅎ’은 어색함, 어색어색한 침묵, 어설픈 용기를 상징합니다. 아이는 교실에서 두리번거리며 친구를 찾고, 말 한마디를 건네기까지 수없이 망설입니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서운함, 질투, 오해, 그리고 화해의 순간들이 차분히 담겨 있습니다.

밝은 노랑과 파랑의 주조색, 교실과 급식실, 운동장 같은 익숙한 공간은 독자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불러옵니다. 특히 이모티콘처럼 활용된 표정과 글자들은 어린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말로 꺼내는 데 훌륭한 징검다리가 되어 줍니다.

『내 친구 ㅇㅅㅎ』은 “친구를 사귀는 일이 어렵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해 주는 그림책”이며, 서툴러도 괜찮다고 말해 주는 든든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독서 활동 팁 | 내 친구 ㅇㅅㅎ
- 초등 저학년: 새 학기·새 반 시기에 함께 읽으며 공감 대화를 나누기 좋습니다.
- 질문 예시: “주인공은 왜 말을 못 걸었을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 교사용: 관계 형성 활동, 생활·도덕 수업과 연계해 활용해 보세요.
3. 『내 보물 ㅎㅎㅎ』
물건에서 관계로, 웃음으로 완성되는 성장 이야기

『내 보물 ㅎㅎㅎ』은 앞선 두 권의 흐름을 한층 넓은 세계로 이끄는 작품입니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내 마음 ㅅㅅㅎ』에 잠깐 등장했던 삐삐 머리 동생입니다. 이제 그는 상상의 주인공이 되어, 집을 보물섬으로 바꾸고 해적과 맞서는 모험을 시작합니다.

이 책의 핵심은 ‘ㅎ’입니다. 웃음을 닮은 자음 ㅎ은 이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이지요. 김지영 작가는 ㅎ의 ‘ㅗ’를 모자로 설정해, 모자가 있을 때는 ㅎ, 사라지면 ㅇ으로 변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냅니다. 글자는 굴러다니고, 쫓고 쫓기는 장면에서는 감탄사로 변주되며 이야기에 생동감을 더합니다.

처음 어린이가 소개하는 보물들은 물건입니다. 요술 망원경, 함께하면 힘이 나는 인형들, 직접 만든 천하무적 모자까지. 하지만 모험이 깊어질수록 이야기는 미묘하게 변합니다. 늘 투닥거리기만 했던 오빠와의 동행, 그리고 위기의 순간에 발견하게 되는 또 하나의 ‘보물’.

이 그림책은 말합니다.
보물이란 결국, 함께 웃을 수 있는 관계일지도 모른다고요.
앞면지에서부터 팽팽하던 남매의 관계는 이야기가 끝날 무렵 따뜻하게 풀어집니다. 어린이의 시선은 물건에서 사람으로, 사람에서 관계로 이동하며 자연스럽게 성장합니다.
독서 활동 팁 | 내 보물 ㅎㅎㅎ
- 초등 전 학년: “나의 보물은 무엇일까?”를 주제로 그림이나 글로 표현해 보세요.
- 부모 대화: 물건 보물과 사람 보물의 차이를 함께 이야기해 보세요.
- 확장 활동: 가족·친구에게 주고 싶은 ‘보물 선물’ 상상하기
김지영 그림책이 특별한 이유
글자, 마음, 관계가 함께 자라는 독서 경험
김지영 그림책 3권은 각각 독립적인 이야기이면서도, 함께 읽을 때 더욱 깊은 의미를 만들어 냅니다.
- 『내 마음 ㅅㅅㅎ』이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라면
- 『내 친구 ㅇㅅㅎ』은 타인과 관계 맺는 연습이며
- 『내 보물 ㅎㅎㅎ』은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어린이의 세계를 보여 줍니다.
자음 글자 놀이라는 형식은 아이들의 언어 감각을 깨우고, 감정과 관계를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통로가 됩니다. 무엇보다 이 그림책들은 가르치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곁에 앉아 “나도 그랬어”라고 말해 주는 친구처럼 다가옵니다.
김지영 작가의 그림책은 읽고 나면 오래 남습니다. 아이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말할 용기를, 어른에게는 아이의 세계를 이해할 여유를 건넵니다.
글자 하나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마음이 되고, 관계가 되고, 웃음으로 완성되는 경험. 이 세 권의 그림책은 분명, 오래 곁에 두고 다시 펼치고 싶은 진짜 ‘내 보물’이 되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