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그림책의 현재를 읽다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으로 만나는 그림책 10권 – 시리즈 ①

그림책은 더 이상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는 말로만 설명되지 않습니다.
특히 볼로냐 라가치상(Bologna Ragazzi Award) 수상작들과 볼로냐라가치상수상작을 살펴보면, 오늘날 그림책은 예술·철학·사회적 질문을 가장 밀도 있게 담아내는 매체 중 하나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 줍니다.

볼로냐 라가치상은 단순히 그림이 아름다운 책을 고르는 상이 아닙니다.


✔ 새로운 시각 언어를 제안하는가
✔ 이야기 형식에 실험이 있는가
✔ 동시대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는가


✔ 새로운 시각 언어를 제안하는가
✔ 이야기 형식에 실험이 있는가
✔ 동시대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는가

이 모든 기준을 통과한 작품만이 이름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 시리즈 1편’으로,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태어난 10권의 그림책을 통해 함께 산다는 것,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이해하는 법, 성장과 상실을 받아들이는 태도, 이야기 형식의 확장을 차분히 살펴보려 합니다.


1. 모두다 모두다

마리아 노게이라 뇌싱 그림·글 / 길리북스

『모두다 모두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있음”의 감각으로 가득한 그림책입니다.
이 책에는 특별한 주인공도, 극적인 사건도 없습니다. 대신 공원, 해변, 서점, 극장처럼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장소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곳에 모인 존재들은 모두 서로 다릅니다.

나이, 체형, 피부색, 성격, 심지어 종(種)마저 다르지만, 이들은 한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같아지려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모두가 같아야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같아야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리아 노게이라 뇌싱의 그림은 인물 하나하나를 군중 속에 묻히지 않게 합니다.
각 인물은 독자와 눈을 마주치고, 손을 흔들고, 웃거나 망설입니다. 이 미묘한 표정의 차이가 곧 존재를 존중하는 태도로 이어집니다.

아이에게는 “다름은 이상한 것이 아니다”라는 첫 메시지가,
어른에게는 “우리는 얼마나 쉽게 배제하고 있었는가”라는 질문이 남습니다.


2. 숲의 뿌리

마구마 그림 / 파울리나 하라 글 / 토끼섬

『숲의 뿌리』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헌사와도 같은 그림책입니다.
우리는 늘 나무의 줄기와 잎, 꽃을 바라보지만, 뿌리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질문을 던집니다.

“나무는 왜 자신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땅속에 숨기고 있을까?”

“나무는 왜 자신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땅속에 숨기고 있을까?”

땅속에서 뿌리들은 서로 얽히고, 영양을 나누고, 생명을 지탱합니다.
이 관계망은 단순한 자연 관찰을 넘어, 연대와 돌봄의 은유로 확장됩니다.

마구마의 그림은 어둡고 깊은 색채를 사용하지만, 결코 음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강렬하고 생동감이 넘칩니다.
숲의 생명들은 엄마가 되고, 형제가 되고, 가족이 됩니다. 인간 사회에서 잊히기 쉬운 상호 의존의 진실을 자연의 언어로 들려줍니다.


3. 그늘 안에서

아드리앵 파를랑주 그림·글 / 보림

이 책은 단 한 장면에서 출발합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작은 그늘 하나.

여자아이와 동물들은 본래라면 서로 경계하고 피했을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그늘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그들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쫓아낼 것인가, 자리를 내어 줄 것인가.

『그늘 안에서』가 특별한 이유는 선의가 자동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이 책 속의 연대는 의식적인 행동의 결과입니다. 몸을 옮기고, 자리를 조정하고, 욕망을 잠시 접는 선택 말이지요.

“함께 있다는 것은, 편리해서가 아니라 필요해서 선택하는 일이다.”

“함께 있다는 것은, 편리해서가 아니라 필요해서 선택하는 일이다.”

책의 마지막, 어둠이 찾아오자 그들은 헤어집니다. 그러나 독자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전과 같은 존재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요.


4. 지혜의 집

마지드 자케리 유네시 그림 / 보두르 알 카시미 글

『지혜의 집』은 역사 속 실제 공간을 배경으로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입니다.

고대의 지식이 언어를 넘어 번역되고, 토론되고, 확장되던 바그다드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잃어버린 이상과도 닮아 있습니다.

“지식은 쌓아 두는 것이 아니라, 나누며 살아 움직인다.”

“지식은 쌓아 두는 것이 아니라, 나누며 살아 움직인다.”

책이 강물에 던져지는 장면은 충격적이지만, 바로 그 장면 덕분에 우리는 묻게 됩니다.
지식을 파괴하는 것은 무엇이며, 우리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이 책이 볼로냐 라가치상 대상작으로 선정된 이유는 분명합니다.
그림책이라는 형식으로 문명과 기억의 문제를 이토록 우아하게 풀어냈기 때문입니다.


5. 피오렐로 씨의 헤어스타일

세실리아 루이즈 그림·글 / 미래엔아이세움

머리카락 세 가닥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곧 삶 전체를 비추는 은유가 됩니다.
『피오렐로 씨의 헤어스타일』은 상실을 비극으로 과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유머와 품위를 잃지 않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변화에 대한 태도”입니다.
붙잡으려 애쓸수록 어긋나고, 내려놓을수록 길이 열립니다.

“성장은 언제나 웃음과 눈물을 함께 데리고 온다.”

“성장은 언제나 웃음과 눈물을 함께 데리고 온다.”

마지막 히든 페이지에서 독자는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이야기는 머리카락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삶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한 것이었음을요.


6. 색이 사라진 아침

로리 아귀스티 그림 / 제롬 뒤부아 글 / 봄볕

이 책은 독자를 ‘읽는 사람’이 아니라 선택하는 존재로 만듭니다.
앞으로 갈지, 돌아갈지, 무엇을 만날지는 모두 독자의 몫입니다.

이 구조는 단순한 장치가 아닙니다.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고, 길을 잃어도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다시 돌아온 아침은, 이전과 같은 아침이 아니다.”

“다시 돌아온 아침은, 이전과 같은 아침이 아니다.”

『색이 사라진 아침』은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틀린 선택은 없고, 경험만이 쌓일 뿐이라고.


7. 파도가 지나간 뒤

상드린 카오 그림·글 / 웅진주니어

이 책에서 파도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닙니다.
삶을 흔드는 사건, 관계의 변화, 예기치 못한 고립의 은유입니다.

두 존재는 파도를 견디며 때로는 멀어지고, 때로는 다시 만납니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삶은 자란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삶은 자란다.”

『파도가 지나간 뒤』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위로를 건넵니다.


8. 나무는 자라서 나무가 된다

샤를 베르베리앙 그림·글 / 키위북스

엄마와 아이의 대화는 사소하지만, 그 안에는 세대를 잇는 기억이 담겨 있습니다.
나무를 심는 행위는 단순한 자연 보호가 아니라, 사랑하는 이를 기억하는 방식입니다.

『나무는 자라서 나무가 된다』는 서두르지 않는 성장에 대해 말합니다.
빨리 자라지 않아도 괜찮고, 눈에 띄지 않게 변해도 괜찮다고요.
어느 날 문득 돌아보았을 때, 우리는 이미 충분히 자라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러 줍니다.

이 그림책을 덮고 나면, 아이의 성장을 재촉하던 마음도, 스스로를 다그치던 어른의 마음도
조금은 느슨해질 것입니다.


9. 마리들의 아주 거대하고 어마어마한 이야기

로라 시모나티 그림·글 / 미래엔그림책

마리들의 모습은 때로는 엉뚱하고, 때로는 낯설며, 때로는 과장되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 과장은 결코 허세가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숨기지 않으려는 용기이며,
“나는 이런 존재야”라고 말하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이야기는 단순한 모험담이 아니라, 자기 수용의 여정입니다.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움츠러들던 존재들이
조금씩 자신의 크기를 인정하고,
마침내 세상 속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은 이 책을 통해
‘특별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어른들은 잊고 지냈던 자신의 ‘거대했던 마음’을 떠올리게 됩니다.

『마리들의 아주 거대하고 어마어마한 이야기』는 말합니다.
존재는 설명되지 않아도 되고,
다름은 고쳐야 할 것이 아니라 드러내도 되는 것이라고요.


10. 호랭떡집

서현 그림·글 / 사계절

『호랭 떡집』은 전통 설화와 현대적 캐릭터 서사의 완벽한 결합입니다.
지옥조차 유쾌하게 바꾸는 상상력은, 그림책만이 가능한 영역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겁낼 필요 없는 세계’를 만들어 낸다는 점입니다.
지옥조차도 웃음이 흐르고,
호랑이는 무섭기보다 어딘가 허술하며,
위기는 긴장보다 유쾌함으로 풀려 나갑니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따라가며 마음껏 웃고,
어른들은 그 안에 숨은 서사 구조와 캐릭터의 힘에 감탄하게 됩니다.
전통 설화가 지닌 교훈은 그대로 살아 있으면서도,
지금의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언어와 리듬으로 다시 호흡합니다.

『호랭 떡집』은 분명히 말합니다.

“이야기는 시대를 넘어 살아남는다.”

그리고 좋은 이야기는 언제나 새로운 얼굴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을요.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그림책은 작지만, 세계를 담을 수 있다고.

다음 시리즈에서는 또 다른 방향의 수상작들을 통해
형식 실험, 사회적 이슈, 예술성을 더 깊이 살펴볼 예정입니다.
이 여정에 계속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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