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은 날, 그림책이 먼저 건네는 말

어른을 위한 위로 그림책 5

괜찮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은 괜찮지 않은 날이 있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마음이 무거운 날,
열심히 살고 있는데도 자꾸 뒤처진 것 같은 날,
누군가의 위로 한마디가 절실하지만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는 날.

그럴 때 저는 그림책을 꺼냅니다.
아이를 위한 책이라고 생각했던 그림책이, 어느 순간부터는 어른인 제 마음을 가장 정확하게 어루만져 주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어른도 울컥하게 만드는 위로 그림책, 그리고 힘을 내고 싶은 날 조용히 곁에 두기 좋은 힐링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천천히 읽어도 좋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괜찮은 책들입니다.


『틈만 나면』

이순옥 그림·글 / 길벗어린이

“지금 이 자리에서도, 나는 충분히 자라고 있다.”

도시의 보도블록 틈, 전봇대 아래, 하수구 덮개 옆.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그곳에서 이 책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사이, 손톱보다 작은 틈에서 자라나는 들풀들.
누가 봐주지 않아도, 멋진 자리가 아니어도, 그들은 묵묵히 자랍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멋진 곳이 아니어도 좋아… 나만의 춤을 출 수 있다면.”

이 책의 위로는 조용하지만 단단합니다.
‘왜 하필 이런 환경에서 태어났을까’를 묻지 않습니다.
대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밟혀도 다시 고개를 드는 풀꽃,
답답한 틈에서도 “조금 불편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듯한 잎사귀.

  • 지금의 내가 초라해 보일 때
  • 아직 피지 못했다고 느낄 때
  • “너는 이미 네 방식대로 살아내고 있다”는 말을 건네는 책

『길을 잃었어』

리다 치루포 그림 / 알리체 로르바케르 글 / 풀빛

“구불구불해진 건, 포기하지 않고 걸어왔다는 증거.”

이 책에서 ‘길’은 곧 우리 자신입니다.
곧게 뻗지 못하고, 여기저기 부딪히며, 때로는 방향을 잃는 길.
누군가의 말에 맞추느라 모양이 바뀌고,
힘든 오르막을 오르다 상처 입은 채 좁아진 길.

읽다 보면 문득 깨닫게 됩니다.
아, 이게 내 이야기구나.

“처음과 달라졌다고 해서 길이 아닌 건 아니야.”
이 문장은 많은 어른들의 마음을 무너뜨립니다.

우리는 자주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이 책은 분명하게 대답합니다.
“괜찮아. 너는 잘 살아왔어.”

  • 선택을 후회하고 있을 때
  • 남들과 다른 속도로 가고 있다고 느낄 때
    지금의 모습도 ‘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하는 책

『인생은 지금』

세실리아 페리 그림 / 다비드 칼리 글 / 오후의소묘

“나중이 아니라, 지금이 바로 인생이라는 깨달음.”

“오늘부터 마음대로 살 수 있다면?”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늘 머뭇거립니다.
설거지, 일, 책임, 내일을 이유로
지금의 기쁨을 계속 미뤄 왔기 때문입니다.

은퇴한 남자의 소망과, 현실적인 여자의 대화는
웃기면서도 마음을 콕 찌릅니다.
“인생은 쌓인 설거지가 아니야.”

이 책은 거창한 변화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다만 묻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나요?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림이 만들어내는 온기가
‘언젠가’를 기다리느라 놓쳐온 시간들을 안아 줍니다.

  • 늘 내일을 위해 오늘을 미루는 사람에게
    “지금도 충분히 살아도 된다”는 허락 같은 책

『행복은 아주 작은 것들로부터』

샬롯 에이저 그림·글 / 롭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이미 지나가고 있었다.”

행복을 찾느라 지친 사람에게 이 책은 속삭입니다.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순간이라고.

5초, 10초, 30초.
하루를 스쳐 지나간 작은 기쁨들을 모으면
오늘은 3분, 내일은 5분의 행복이 됩니다.

이 책은 삶의 속도를 늦추게 합니다.
지금 숨 쉬고 있는 이 순간을 바라보게 합니다.

  • 특별한 행복을 찾느라 지친 날
    이미 충분히 살고 있다는 안도감을 주는 책

『달리다 보면』

김지안 그림·글 / 웅진주니어

“지금도 열심히 달리고 있는 당신에게 보내는 응원.”

『달리다 보면』은 쉼표 같은 책입니다.
터널을 지나 뜻밖의 풍경을 만나는 이야기.
꽃과 나무, 구름 침대, 바다와 바람이
지친 마음을 잠시 내려놓게 합니다.

뚜고 씨의 망설임은 우리와 닮아 있습니다.
뛰어들기 망설이고, 물이 싫다고 말하며
사실은 조금 무서운 우리.

이 책은 말합니다.
가끔은 젖어도 괜찮다고.
달리다 보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고.

  • 계속 달리기만 해온 사람에게
    “잠시 쉬어도 괜찮아”라고 말해 주는 그림책

그림책은 어른을 위한 가장 조용한 위로입니다

이 책들은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대신,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안아 줍니다.

괜찮지 않은 날,
말없이 곁에 두고 싶은 위로가 필요할 때,
오늘 소개한 그림책 중 한 권을 꺼내 보세요.

아마 이렇게 말해 줄 거예요.

“괜찮아.
지금도 충분히 잘 살아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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